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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연합, 삼성물산에 반기 '배당 증액' 요구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삼성물산에 반기를 들며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나섰다.삼성물산은 내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한다고 15일 밝혔다.삼성물산 공시에 따르면 시티오브런던 등은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배당 요구는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액보다 각각 76.5%, 75.0% 증액된 규모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이를 두고 다음 달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시티오브런던 측의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46%로, 이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강화 요구에 우려를 나타냈다.삼성물산은 주총 소집 공고에서 "주주제안상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으로 2023년뿐 아니라 2024년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런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주주들에게 회사 측 제안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한편 삼성물산은 전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총 781만주(지분율 4.2%)와 우선주 전량인 16만주(지분율 9.8%)를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로 약 1조원 이상 규모로 삼성물산 자기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한다.여기에는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취득한 자기주식인 보통주 188만8889주와 기타 주식(우선주) 15만9835주를 임의·무상 소각하는 감자도 포함돼 있다.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자기주식 전량 소각 정책을 공표한 바 있는 삼성물산은 향후 매년 3분의 1씩 추가로 자기주식을 소각해 오는 2026년까지 보유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2.15 09:37
산업

성과급 불만 삼성, 노조원 2배 껑충...이재용 '민심 달래기' 카드는

삼성그룹에서 노동조합 가입 바람이 거세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게시판에는 ‘노조 가입 완료’를 뜻하는 ‘노가완’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일단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노조를 달래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과급 불만, 노조 확대 도화선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의 디바이스솔루션(DS)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DS 부문 직원들은 반도체 업황 악화와 실전 부진에 따라 올해 성과급 지급률이 연봉의 0%로 책정됐다. 지난해만 해도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연봉의 50%에 달했는데 올해는 ‘빈 봉투’를 받게 된 것이다. 매년 OPI로 연봉의 50% 수준을 받아왔던 직원들로서는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부서 직원들이 쏠쏠한 성과급을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교가 됐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경우 OPI가 연봉 50%로 책정됐다. MX 사업부는 성과급이 지난해 연봉 37%에서 올해 50%로 상승했다. 성과급 불만으로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조합원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9000명 수준이었는데 2개월 만에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전삼노에 따르면 14일 오전 6시 기준으로 1만7516명의 조합원 가입이 완료됐다. 작년 12월 말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뒤 조합원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 31일 삼성전자 임직원의 소통창구인 ‘위톡’을 통해 전삼노는 DS 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에게 격려금 200% 지급 등을 요청했다. 경계현 사장은 “성과급을 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며 사실상 거절한 날을 기점으로 조합원 증가 속도에 불이 붙고 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1만6600여명 수준이었는데 설 연휴 기간에 1000명 정도가 더 늘어났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결이 다른 행보도 삼성전자 조합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구성원에게 1인당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여기에 생산성 격려금(PI)으로 기본급 50%를 주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DS 부문 연간 적자가 15조원에 육박하면서 손실 규모가 더 컸지만 그동안 쌓아 놓은 이익금 역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삼노의 한 노조원은 “조합원이 거의 2만명이 됐다. 저번처럼 이재용 회장 집앞 농성이나 트럭 시위 같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노조원은 “업황이 불황일 때 세이브해 놓은 자본으로 성과급 지급을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축적된 자본으로 지급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우선 회사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성과급 지급은 이미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무노조 경영 포기했지만 노조와 소통 카드 ‘글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삼성그룹은 지난 2020년 5월에 노선 변경을 선언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사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삼성그룹 노조연대는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은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재계 1위지만 여전히 ‘민심 달래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새로운 노조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DX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삼성 계열사 4개 노동조합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의 11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1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노조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3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반납하는 등 ‘작은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노조를 달래기 위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무보수이기 때문에 연봉 반납은 해당되지 않는다. 노조연대가 원하는 소통도 사실상 힘들 것”이라며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한 등기임원 복귀 정도가 이재용 회장이 할 수 있는 액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에서 일단 풀려난 이 회장이 내달 3월 주총에서 등기임원에 복귀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다. 그렇지만 등기임원에 복귀한다고 해도 민심을 달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조연대는 “무노조경영 포기 선언이라는 용단 있는 결정을 했던 이재용 회장이 한 번쯤은 용기 내어 노조 대표와 만나 노사 상생을 위한 합리적 제안을 경청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2.15 07:01
경제일반

이재용 오늘 '부당 합병·회계 부정' 1심 선고…삼성 '긴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년째 발목을 잡고 있는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사태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접촉,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부당 합병을 한 혐의를 받는다.이 회장 등은 2020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작년 1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이 회장은 앞서 국정 농단 사태로 두 차례에 걸쳐 565일간 구속됐다가 가까스로 경영에 복귀했다.삼성은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거나 검찰 구형보다 낮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총수 공백'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지난달 26일 사법 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2.05 07:00
산업

이재용, 길고 긴 ‘사법 리스크’ 해소 첫문 열릴까

이번 주에 3년 넘게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온다. 이 회장이 길고 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첫 문이 열릴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이 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함께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 4개월여 만이다.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이 회장은 2017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도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2022년에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됐다. 그러나 부당 합병 의혹 사건으로 인해 경영일선 복귀 이후에도 지난해 11월까지 1∼2주에 한번 꼴로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작년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하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는 이유다. 반면 이 회장 측은 당시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고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됐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회사의 합병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수사기록은 19만 페이지에 달하고, 재판은 3년 넘게 진행됐다. 이 회장은 이번 1심 재판부가 자신의 손을 들어준다면 경영활동에 제약을 줬던 사법 리스크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 2024.01.21 17:41
산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재용 밀어준' 국민연금, 2400억 이상 손실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이 이후 약 25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국민연금 손익현황' 자료에 따르면,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2015년 9월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한 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말 현재까지 8년간 누적으로 2451억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진행되던 2015년 당시 국민연금은 (구)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합병 후 국민연금 손익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합병된 바로 그해 2015년에 2071억원의 손실이 생긴 데 이어 2016년 1943억원 손실, 2017년 82억원 손실, 2018년 2366억원 손실 등 4년간 연속으로 손실을 보았다.그러다가 처음으로 2019년 676억원 이익, 2020년 5338억원 이익을 실현하며 그간의 손실을 만회했다. 하지만 2021년 다시 2천398억원의 손실, 2022년에도 277억원 손실을 보며 만회분을 반납했다.국민연금공단은 이렇게 큰 손실을 보며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 관계자는 "주식 손익의 원인은 시장 환경, 산업 특성, 기업실적 등 다양하고 이들 여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빚은 결과이기 때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는 요인 한 가지만으로 국민연금 손익현황을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비율 합병에 찬성한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맞물려 빚어진 것으로 일련의 사법절차 과정에서 확인됐다.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대략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는 합병을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일가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합병비율(1:0.35)이 책정돼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손해를 볼 게 뻔한데도 정권의 외압으로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 문제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재판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 판정을 받아내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합병 당시 (구)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를 제기했다. 이 국제투자 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의 일부 패소를 결정하며 엘리엇에 약 690억원과 법률비용, 지연이자 등을 합쳐 약 13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정부는 중재재판소의 판정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8.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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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시선] 이재용 100차 공판 출석, 그리고 삼성의 잃어버린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벌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관련한 100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1심 공판의 선고가 연내 내려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부당합병 재판은 9월 들어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월까지 3주에 한 번꼴로 열렸던 공판이 앞으로 매주 열릴 예정이다. 101차 공판은 9월 8일로 예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당합병과 관련해 재판부가 "삼성 사건을 집중 심리해 11월께 거의 끝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기소되면서 삼성그룹은 4년째 ‘사법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총수가 재판에 발이 묶이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100번의 공판 가운데 ‘재판부의 재가’를 받고 불출석한 12차례를 제외하고, 총 88차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석 때마다 재판과 관련해 신경써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에 경영적인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재판의 증거목록만 책 4권 분량으로 방대해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이 글로벌 시장의 속도전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하고 있지만 혁신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공교롭게 이 회장의 법정 공방이 시작되면서 '삼성의 대형 M&A 시계'도 멈췄다. 2017년 3월 자동차 전장·오디오 업체 하만 인수(80억 달러) 완료 이후 대형 M&A 소식이 끊긴 상태다. 삼성전자가 올해 내로 대형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7년 이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삼성이 진행 중이던 굵직한 사안들이 올스톱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이와 별도로 부당합병 재판이 지속되면서 사법리스크로 7년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1심 선고가 11월쯤 내려지더라도 2심, 3심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사법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달 정경유착의 원흉으로 지목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재가입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명칭을 바꾸며 쇄신을 약속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한경협은 정치적 색깔을 버려야 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지만 ‘정치권과의 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이 고문을 맡았고, 서울대 출신의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상근부회장으로 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 한경협의 구도에서는 정치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이재용 회장 등이 다시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에 휘말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8.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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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1년 맞은 이재용, '사법 리스크' 종식은 언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복권 1년째를 맞으면서 ‘사법 리스크’ 종식 시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관련해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 재판이 이르면 오는 11월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해당 재판부는 최근 다른 사건 공판에서 "삼성 사건을 집중 심리해 11월께 거의 끝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 기소돼 햇수로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2년 동안 증인 심문 등이 이어지면서 길어졌고, 이 회장은 최근에는 3주에 한 번씩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관련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등을 고려하면 연내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 개입 소송을 제기했다. PCA는 이를 인정해 1389억원을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현재 정부는 이 판정에 불복해 지난 7월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춰 안정적으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 지분이 전혀 없던 이 회장이 23.2%의 지분이 있는 제일모직과 합병, 이 회장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 등 그룹 내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은 대가로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로 이미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현재 이 회장은 18.26%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를 갖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이후 형기가 종료된 뒤에도 5년 동안의 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받다가 지난해 8월 복권됐다.여전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있다. 올해 회장 승진 당시에도 책임 경영을 의미하는 '등기 임원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남은 데 대해 “준법위 입장이 반영된 것은 아니고 아직 정리된 의견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국제중재재판소 결과가 재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사법 리스크가 재부각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8.14 06:55
산업

‘삼성물산 합병’ 1조 손배소…정부, 엘리엇에 1300억 배상해야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원금 기준으로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중재기구의 판정이 나왔다. 원금에 붙는 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포함한 총 배상액은 1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법무부는 20일 “이날 오후 8시쯤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사건 관련해 중재판정부로부터 판정을 수령했다”며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엘리엇 측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 및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했다”고 밝혔다.중재판정부가 판정한 배상금 지급 규모는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약 7%에 해당한다. 중재판정부는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의 이자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이외에도 중재판정부는 법률비용으로 엘리엇이 한국 정부에 345만7479달러(약 44억5000만원),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2890만3188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각각 지급하라고 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문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검찰 공소장 등을 제시했다.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 수 있다며 반박했다. 또한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할 당시 이미 합병 진행 계획을 알았으며, 합병 승인 후 오히려 이득을 봤다고 주장해왔다.PCA는 2018년 7월 엘리엇의 중재신청서를 접수해 같은 해 11월 중재판정부 구성을 마쳤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서면 심리를 진행했고, 2021년 11월 15일부터 26일 사이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구술심리를 진행했다. 이후 양측 모두 서면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고 중재판정부가 올해 3월 14일 최종적으로 절차 종료를 선언하면서 심리를 마쳤다.법무부는 “판정문 분석결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추후 상세한 설명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6.21 08:34
산업

분위기 무르익었는데…이재용, '셀프 회장' 승진 안 하는 이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1969년 삼성전자공업사에서 출발했다. 국내 최초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문 일간지로 올해 53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와 동갑이다. 그 세월 동안 3명의 총수가 삼성을 이끌었다. 전자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반도체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이건희 회장, 초격차 경영에 시동을 건 이재용 부회장까지 삼성그룹 1~3대 총수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으로 요약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대내외적으로 무르익은 '회장 승진'보다 혁신으로 초격차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셀프 회장 승진’보다 중요한 ‘초격차’ 이재용 부회장이 연내 이건희 회장 서거(2020년) 이후 공석인 삼성그룹의 회장 타이틀을 거머쥘 것인지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오는 11월 창립기념일이나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점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회장 승진의 여건은 무르익고 있다. 이 부회장은 8·15 사면 이후 취업제한 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국정농단 이후 내려놓았던 등기이사로의 복귀도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 특사로 선임되는 등 국내외 광폭 행보를 보이며 ‘뉴삼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오는 10월 25일이면 이건희 회장 별세 2주년이 되기도 한다. 수감 생활과 법적 제한 등으로 다소 주춤했던 만큼 ‘상징적인 회장 승진’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그룹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속절 없이 떨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셀프 승진’을 할 수 있다.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보다 ‘혁신’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내 회장 승진설’에 대해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회장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는 면모를 여러 차례 보인 바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재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가석방 이후 해외 출장 등을 통해 냉정한 현실을 경험했다는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보다 혁신에 중점을 두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격차’를 위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반도체 공장 설립에 20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그리고 2016년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이 없다가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몸값이 최대 70조원에 달하는 매물이지만 이 부회장은 내달 ARM의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단판을 짓기 위해 만나기로 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에서 했던 말을 번복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적인 측면에서 회장 승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진행되고 있는 재판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 등기이사 회장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재제일 철학의 진화, 유연한 스킨십 경영 이병철 선대회장이 내세운 인재제일과 사업보국의 경영 철학은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대에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 1969년 전자 사업 진출 이후 삼성그룹은 미래 국가경제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했고, 이는 세계적인 IT 회사로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또 이 선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을 설립하는 등 삼성그룹을 일궜다. 셋째 아들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에 이어 1987년 2대 회장으로 선임한 뒤 삼성그룹은 또다시 탈바꿈했다. 1988년 이건희 회장은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어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키는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에 대대적인 혁신이 진행됐다. 이 회장이 강조한 ‘나부터 변하자’라는 슬로건이 인재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이는 삼성의 경영이념인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재용 부회장은 유연한 스킨십 경영을 통해 인재제일 철학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재드래곤’으로 불리는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직원들의 셀카 촬영에 기꺼이 응하는 등 가장 친밀한 총수로 다가가고 있다. 합리적인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MZ세대들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인재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오는 11월 1일 삼성전자의 53주년 창립기념일에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관심사다. 빅딜을 통해 ‘뉴삼성’의 신호탄을 쏘거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9.28 07:00
경제

'벼랑 끝→기사회생' 삼성물산 이준서 VS 코오롱FnC 유석진

간판 패션 대기업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물산)과 코오롱인더스트리FnC(코오롱FnC) 부문은 공통점이 있다. 과거 '빈폴'과 '코오롱스포츠'라는 당대 최고의 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했으나, 최근 5년 사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출구를 찾던 양사는 2020년 겨울 나란히 수장을 교체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선택과 집중'을 내세운 이준서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과 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대표이사 사장이 있다. 독이 든 성배 삼성물산과 코오롱FnC는 지난 2020년 12월 패션 부문을 이끌 이준서 부사장과 유석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두 회사 모두 사정이 어려운 시기였다. 삼성물산은 2020년 매출이 1조5450억 원, 영업손실 360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대부분이 '빈폴스포츠'에서 나왔다. 삼성물산은 브랜드 철수와 함께 임원 임금 10~15% 반납, 주 4일제 전환 및 무급 휴직을 받았다. 삼성물산 내에서 패션 부문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업계 선두권을 다투던 코오롱스포츠의 추락에 눈물을 흘렸다. 코오롱FnC는 코오롱스포츠 단일 브랜드 매출이 전체 비중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웃도어 붐이 꺼지면서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코오롱FnC는 2020년 매출 8680억 원, 영업손실 10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13년 매출 1조3146억 원을 작성한 뒤 2019년 9729억 원으로 1조 원 벽도 무너졌다. 신임 대표가 등장했지만, 업계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새로운 수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반신반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 출신의 '삼성물산 맨'이다. 그룹 내 요직을 거쳐 경영 사정에 밝고 패션에 정통하다. 그러나 일부에서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이 필요한 상황에 이 대표가 적임자인지 아닌지에 물음표를 찍었다. 환영받지 못한 건 코오롱FnC를 이끌게 된 유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유 대표는 그룹 경영과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패션과는 사실상 연이 없었다. 유행이 빠르고, 대중의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패션업을 이끌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일부 매체는 유 대표의 선임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FnC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패션 부문을 떠난 사실에 집중했다. 그룹이 사실상 패션 부분에 투자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선택과 집중 두 대표 모두 각기 다른 이력과 색깔을 지녔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분명한 목표는 같았다. 선임 이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빈폴스포츠를 비롯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접는 작업을 이어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업조직을 영업본부로 통합하고, 온·오프 영업전략담당을 신설했다. 반면 삼성물산이 공식 수입해 최근 신명품으로 떠오른 톰브라운·메종키츠네·르메르·아미 등에는 힘을 줬다. 자체 운영 중인 SSF샵에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며 MZ세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성과가 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신명품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200% 늘었다. 특히 아미는 2030 소비자의 전폭적 지지 아래 매출이 200% 성장했다. 삼성물산은 2021년 매출 1조77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모든 직원이 7년 만에 100% 상여금을 받았다. 코오롱FnC는 골프에서 길을 찾고 있다. 유 대표는 부임 뒤 기존 2개 본부 8개 사업부를 14개 사업부 체제로 세분화했다. 영업 본부의 기능은 사업부 또는 브랜드로 이관해 각 브랜드에서 모든 과정을 완결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로 영골퍼가 늘어나자 왁·지포어·엘로드 등 골프웨어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왁은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하고 미국 시장까지 진출한다. 반면 미운 오리가 된 코오롱스포츠는 등산이라는 고유의 색깔을 최대한 희석했다. 대신 코오롱스포츠의 대표 패딩 라인인 안타티카를 80만~120만 원에 판매하는 고가 정책을 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내출 1조181억 원, 영업이익 384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유 대표는 "매출 1조 원 복귀에는 브랜드와 조직 모두 체질 개선으로 어떤 변화에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K패션을 이끄는 대표 브랜드 하우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코오롱FnC는 패션 부문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며 "신임 대표 부임과 함께 체질개선에 따른 성과를 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당분간 두 회사의 변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4.0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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